1. 유교 문화와 가족 중심주의의 구조적 작용
중국은 유교 문화의 본산으로서, 오랫동안 ‘효(孝)’와 ‘충(忠)’을 핵심 덕목으로 삼아왔다. 유교는 표면적으로 군신관계와 질서를 강조하지만, 그 출발점은 개인의 수양(修身)과 가족의 정돈(齊家)이다. 즉, 모든 사회적 질서와 윤리는 가족 내부의 위계와 조화에서 출발하며, 이것이 곧 국가 통치로 확장된다는 사상 구조를 가진다.
이로 인해 중국 사회에서는 ‘공공의 질서’보다 ‘가족이나 친족 네트워크’가 우선시되었고, 공공 영역에서도 안면과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이러한 문화는 해외에서는 공공 매너 부족, 공동체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이기적 행동으로 비춰지기 쉽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모든 책임과 판단이 결정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질서, 타인을 고려하는 태도, 규칙을 우선시하는 시민성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게 된다. 유교가 본래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도덕적 수양을 지향했음에도, 현대 중국에선 이 사상이 권위적 위계 구조와 결합하며 가족 중심의 이익 집단주의로 변질된 셈이다.
2. 폐쇄적 권위 체제와 정보 비대칭
중국은 춘추전국 시대 이후 수천 년 동안 중앙집권적 권위 체제를 유지해왔다. 황제에서 현대의 공산당까지, 국가 권력은 항상 위계적이고 절대적인 권위로 작동해왔으며, 하부는 지시에 복종하는 관료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에 알리는 것보다 ‘숨기거나 모면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다. 코로나19 초기의 정보 은폐도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벌을 피하려는 관료주의의 산물이다. 상명하복 문화는 개인의 주체적 판단을 억제하고, 하급자에게는 무조건 복종을, 상급자에게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정보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지역 간, 계층 간 정보 비대칭은 국가가 정보를 선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특히 인터넷 검열과 언론 통제는 정부 비판이나 타 문화와의 비교 자체를 차단하며, 내적 반성과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공공 문제에 대한 책임보다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3. 중화주의적 자문화중심주의
중국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천하의 중심(中華)’으로 간주해왔다. 이러한 중화주의는 외국 문화를 ‘이적(夷狄)’으로 낮추어 보며, 중국 문화가 가장 정제되고 우수하다는 의식을 내포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근대화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남아있으며, 오늘날 국제사회와의 마찰에서도 중요한 배경이 된다.
현대 중국은 국제 규범이나 다자 간 합의보다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자국의 독자 노선을 강조한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예외주의로, 국제사회의 기준보다는 자국의 전통과 권위 체제를 우선시하는 태도다. 따라서 외교, 무역, 기술,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꺼리거나 자국 논리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타문화에 대한 경청보다는 배척과 무시로 이어지고, 글로벌 시민사회 속에서의 조화로운 협력을 어렵게 만든다. 세계 각국이 중국을 ‘민폐국가’로 인식하는 데는 바로 이러한 자문화중심주의적 배타성도 큰 몫을 한다.
4. 프랑스와의 비교: 같은 자문화중심주의, 다른 작동 방식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역시 자국 중심의 문화 우월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처럼 ‘민폐국가’로 낙인찍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언어, 예술, 철학 등에서 강한 자부심을 지니며, 외국인에게도 자국의 문화적 기준을 따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자문화중심주의는 보통 ‘보편주의적 공화주의’로 정당화된다.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종교, 인종, 문화적 차이도 공공 영역에선 배제하고 동일한 시민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문화 동화주의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에선 인권과 법치의 원칙을 지키는 국가로 여겨진다.
즉, 프랑스는 자문화중심주의가 있어도 외교, 협상, 다자주의를 통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유지한다. 반면 중국은 체면, 권위, 통제 중심의 시스템이 배타적 태도를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더 큰 반감을 사게 되는 것이다.
5. 광대한 영토와 권위주의 체제가 만든 우민화 구조
중국의 땅덩어리는 매우 넓고, 인구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런 국가에서는 일관된 통치를 위해 강력한 중앙 권력이 필요하고, 이는 곧 국민 개개인의 사고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
광범위한 국토는 지역 간 정보 격차를 확대하고, 통제 기반의 중앙정치는 ‘생각하지 않고 순응하는 시민’을 양산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교육, 언론, 인터넷을 통해 주체적 사고보다 국가 이익에 복무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결국, 공공 예절이나 시민적 소양은 실용적 가치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공공장소에서의 무질서, 공공재에 대한 책임감 부족, 타인 배려의 결여 등은 이러한 구조적 토대 위에서 형성된 결과다. 이는 단순히 시민의식이 낮아서가 아니라, 체제적으로 그러한 시민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6. 결론: 민폐의 본질은 개인이 아닌 시스템
중국이 ‘민폐국가’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몇몇 개인의 소양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이는 유교적 위계질서, 가족 중심주의, 권위주의적 통치, 중화주의적 자문화중심주의, 그리고 광대한 영토와 정보 통제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이러한 조건은 시민 개개인이 공공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오히려 순응과 체면 유지, 내부 결속만을 강조하게 만든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어떤 시민을 만들어내고 있느냐의 문제다. 중국의 문제는 정치, 문화, 제도 전반이 만들어낸 ‘집단적 구조의 산물’이며, 그로 인해 국제사회와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